[대항해시대 오리진] 투자전과 게임의 미래

대서양1서버 10월 2일(일요일) 주요 투자전 '인도 항구 고아 네덜란드 탈환'의 전후사정을 파악해보고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게임 모델과 지속가능성, 게임의 미래를 분석하는 글입니다.

 

투자전이란?

대항해시대 오리진에는 '투자'라는 시스템이 있습니다.

항구는 고유한 나라를 가지며 그 나라에 속한 항구는 '관세' 혜택을 받습니다.

항구는 '투자'를 통하여 각 나라의 플레이어들이 뺏어올 수 있습니다.

투자 점수 1위의 플레이어는 매주 월요일 항구의 '시장'이 되어 항구의 관세를 -5%~15프로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투자 혜택으로 시장은 매주 '세금'을 받을 수 있으며, 1000점 이상 투자한 플레이어는 순위에 따라 최저 100~500의 '블루젬' 재화를 얻습니다.

투자는 게임에서 무역을 하며 얻을 수 있는 '두카트'와 현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레드젬'으로 가능합니다.

 

인도 항구 고아 네덜란드 탈환

대서양 1서버의 2022년 10월 2일에 일어난 네덜란드의 '고아' 투자는 왜 일어났는가?

인도의 '디우, 고아, 코지코드, 고치'는 '후추, 홍차, 루비, 사파이어' 등 고가치 무역품을 판매하는 핵심 항구로 무역품을 판매할 때 관세를 물지 않기 위해 각 나라마다 꼭 필요한 항구입니다.

인도의 4개 항구

그렇기에 대부분의 서버에서는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번질 수 있는 싸움을 멈추고 외교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협정을 맺고 각 나라당 1개씩 항구를 나누어 가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0월 2일 일요일 저녁 11시 55분. 투자 정산이 일어나기 5분 전, 대서양1서버 네덜란드 유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아'에 투자(폭발적인 투자로 일시적인 서버 렉이 일어날 정도로)하여 해당 항구를 네덜란드의 항구로 만듭니다.

10월 3일 현재 고아는 에스파냐 유저들의 노력으로 다시 에스파냐의 항구로 돌아왔지만, 이미 인도 항구 '디우' 항구를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 유저들은 어째서 '고아'에 기습적으로 투자를 하고 항구를 뺏어왔던 것일까요?

*일부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있을수도 있으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발단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서비스되고 약 2주 대서양 1서버. 포르투갈, 에스파냐, 오스만, 네덜란드, 잉글랜드 5개 국가의 질서가 자리잡혀 갈 떄 쯤, 에스파냐의 한 유저(이하 고래 유저)가 자국의 여러 항구에 어마무시한 양의 투자를 하여 시장이 됩니다.

 


당시 에스파냐의 여러 항구들은 질서가 잡혀 있었기에 시장을 뺏긴 유저들은 항의를 하였고, 고래 유저는 "자유경쟁 게임이다."라며 발언하며 에스파냐는 내전이 일어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유저들의 의견을 들은 고래 유저가 자국항 투자를 멈추고, 유저 해적이 많은 잉글랜드의 항구를 우선적으로 투자하여 가져오기로 합니다.

전개
막대한 현금 재화(레드젬)를 바탕으로 여러 항구에 투자하여 아프리카-유라시아 대륙 1/3이상 항구의 시장이 된 고래 유저.

반발하는 잉글랜드 유저 또한 막대한 투자로 굴복시키고(상트테페르부르크 투자전 - 삼십일만 레드젬, 현금가치 약 오백만원이 사용되었다.), 아무도 대적하는 사람 없이 '고래 유저 - 에스파냐'의 독주 체제로 대륙의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나 싶었습니다.

위기
문제는 고래 유저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선박 재료(도면, 나무 등)를 평균가 이상으로 올리지 말라고 하며, 일정 가격 이상으로 올릴 시 자신이 시장인 모든 항구의 관세를 최대로 올리겠다는 발언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반발했고, 심지어 고래 유저 덕분에 이득을 많이 본 에스파냐 유저들 또한 반응이 그닥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발언했던 말과는 달리 자신에게 반발했던 잉글랜드를 제외한 국가들의 세금을 딱히 올리지 않으며(잉글랜드는 유저 해적이 많아 외교적으로 입지가 약하고, 인도 항구도 가지지 못했다.) 단순 헤프닝으로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9월 29일, 12티어 선박이 업데이트 되고 거래소에 최신 선박 재료가 부족해지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납니다.

절정
12티어 선박 재료인 '자단나무'와 '12 티어 동양 선박 도면'을 고래 유저가 모두 구매하여 가격이 폭등하고, 고래 유저는 "일정 가격 이하에 올라온 매물들은 모두 구매하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거래소에 일정 가격 이하의 매물은 다 없어진 상태, 이상하게도 12티어 선박 재료들이 비싼 값에 뭉텅이로 올라옵니다.
이에 고래 유저는 "재료를 사재기하여 나에게 비싼 값에 팔아먹으려는 유저가 있다." 고 말하며 네덜란드의 한 유저를 지목합니다.

고래 유저는 네덜란드의 한 유저때문에 '자신이 시장인 모든 항구에서 네덜란드의 관세를 최대로 하겠다.'고 하였으며 이는 당연히 모든 네덜란드 유저들의 반발을 일으킵니다.

심지어 지목당한 네덜란드 유저 또한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하며 인증글을 올렸으며 더 필요하다면 방송이나 화면 공유를 통하여 추가 인증을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관세를 최대로 올리겠다는 발언을 한 후 많은 인신공격을 당한 고래 유저는 묵묵부답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네덜란드 유저들은 반발하며 일치 단결하여 현재 대항해시대에서 가장 상징성이 큰 항구이자 고래 유저가 시장으로 있는 '인도 매각항'에 기습적으로 투자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10월 2일 저녁 11시 55분, 인도에 갈 수 있는 대부분의 네덜란드 유저가 밤잠도 줄여가며 '고아'에 모였습니다.

투자가 이루어지던 약 5분간 너무 많은 투자가 한번에 이루어져 서버에 렉이 걸릴정도라고 유저들은 증언했습니다.

10월 3일, 투자전 정산이 이루어지자 결국 인도의 핵심 매각항 '고아'는 한순간이나마 네덜란드의 깃발을 달게 됩니다.

네덜란드 - 고아

 

'10월 3일 고아 투자 점수' 수많은 네덜란드 유저들이 투자했다.


기존 13만점 이상의 투자 점수를 가진 에스파냐를 밀어내기 위해서 유저 100명 이상(투자 점수 1000점 전후, 약 오천만 두카트 투자 가정)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아마 인도에 진입한 대부분의 네덜란드 유저가 투자전에 참여했다고 보여집니다.

이는 네덜란드 내부에서 극비리에 이루어진 깜짝 공격 투자였기에 다음날 유저들에게 큰 놀라움을 주게 됩니다.

결말
결국 인도항 '고아'는 다음날 오후 에스파냐 여러 유저들에 의하여 다시 에스파냐의 깃발을 달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에스파냐는 가장 많은 유저가 있는 국가였으며, 1위의 국력을 가진 한번도 3위권 밖으로 내려가본 적 없는 국가이니까요.

이에 네덜란드 유저들은 '고래 유저가 다시 투자하는 것 만 아니면 고아까지 욕심내지 않는다.'라며 자신들의 투자는 고래 유저 한명을 저격한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이는 아직까지는 지켜지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유저 투자의 의의

게임 시스템 내적으로 보면 네덜란드 유저들의 투자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다수의 투자로 시장은 가져올 수 없으며, 항구의 소유 국가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관세를 매기고, 세금을 받아가는 시장은 막대한 현금 자본을 가진 한 명의 유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고래 유저의 입장에선 기존 자국 관세 혜택과 작위 혜택을 받아 대부분의 세금이 0%였던 것을 1%~5%라도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시스템 외적, 다양한 관점에서 볼 때 좋은 결과라고 보여집니다.

현재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수익 모델은 '레드젬 투자', 또는 '항해사'입니다.

 


후자인 항해사의 경우 게임 내 재화인 두카트로 시간을 투자하면 느리게나마 얻을 수 있으며, 게임 런칭 후 한달이 지난 지금 이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빠른 항해사 출시가 필요하나 필수적으로 개발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요원한 일입니다.

게임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두카트라는 게임 내 재화는 기하급수적으로 풀려나고 있지만, 그걸 마땅히 잡을 수단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항해사 고용이나, 회식 등 딱히 천천히 한다면 결핍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세팅되어 있어 소위 '꼬운 상황'이 거의 없는 게임(게임사의 운영으로 인한 꼬움과는 별도입니다.)으로, 과금적인 부분에서 유저 친화적인 게임으로 느껴집니다.
(항해사는 힘들더라도 한번 고용하면 끝, 회식 또한 60레벨 이상 승급 메리트가 크지 않다.)

항구 군사 레벨로 볼 수 있는 유저들끼리의 전쟁으로 인한 두카트 소모(선원 긴급 모집 비용이 비싸게 측정된 이유, 입항 거부나 전쟁 시 항구에 못 들어가게 한 뒤 비싼 긴급 선원 모집으로 두카트 소모 예상) 또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이기에 현재까지 남은 두카트를 꾸준히 소모할 수단은 '투자전'으로 인한 두카트 소모 뿐입니다.
(투자전 유발을 위한 교역품 시세 패치 또한 유저들의 반발로 롤백됐다.)

그렇기에 더욱 더 이번 고아 투자전이 큰 의의를 가집니다.

게임은 가장 몰입성이 큰 매채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책과 같은 간접 체험과는 달리 직접 조작하고 플레이하여 즐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은 갈등입니다. 매트릭스는 인간을 통제하는 기계와의 전쟁이며, 얼음과 불의 노래는 그 자체로 인간들의 군상극이 주를 이룹니다. 심지어 해리 포터도 볼드모트라는 강적을 처음부터 소개하여 마법사 영웅과 악당이라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게임은 이런 갈등 구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와우의 호드와 얼라이언스, 삼국지 게임의 위 촉 오, 라이즈 오브 킹덤의 연맹, 리니지의 혈맹.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각각의 집단에 소속되어 게임을 플레이하고, 거기서 발생되는 갈등과 서사는 게임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줍니다.

그런 구조 속에서 유저는 기꺼히 지갑을 열고, 과금하며, 집단의 일원이 되어 게임을 즐깁니다. 21세기의 사람들은 숲에서 토끼나 여우를 잡는 것이 아닌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사냥과 전투를 즐깁니다.

이번 '네덜란드 - 고아' 유저 투자의 의의는 소속감을 가진 유저들이 한명의 막대한 현금 자본을 가진 유저에 대항하기 위해 단합해 결국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인도까지 온 코어 게이머 100여명은 이 일로 인하여 조금이나마 게임에 몰입하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오천만 두카트라는 금액을 모으려면 적어도 하루 이상을 게임 내에서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만큼(인도 기준), 다른 곳에 써 항해사를 영입하거나, 선박을 건조하는 등 다른곳에 쓸 수도 있었던 재화를 투자하여 '한 명의 과금 유저에게 대항한다.'라는 뚜렷한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가 해줬으면 하는 일은 모든것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혜택을 줄여 강제적으로 갈등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보상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레드젬 투자와 게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짤막한 의견 (가치보존)

법이 폭력을 엄격하게 제한한 자본주의 사회의 강함은 바로 '돈'. 금력입니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 '무언가 불가능한게 있다면 돈이 부족한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게임 또한 자본을 가진 상위 1퍼센트 부자가 현금을 투자하여 우위를 가져가는 것 또한 시대의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게임사 또한 우려가 있었는지, 'NPC투자'라는 형태로 무분별한 레드젬 투자를 막고, 시장 주급(관세)에 최대 한도를 두었습니다. 이는 두카트 투자 대처 방안으로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레드젬으로 투자를 한 유저들에게는 허탈감만을 일으키는 좋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금 재화를 사용했는데 그만큼 가치가 보존되지 않고 하락하기만 한다면 어느새 유저는 지쳐 떨어져 재미를 잃고 게임을 접을지도 모릅니다.

'레드젬 투자 또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과금을 많이 하는 유저 덕분에 게임사는 게임을 유지 보수할 수 있고, 개발을 위한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게임사 또한 유저에게 NPC 투자를 상쇄하는 막대한 리턴

- 시장 칭호

- 자신이 시장인 항구에서 무역품 할인 혜택

- 전쟁 콘텐츠 업데이트

- 시장 유저의 역할 추가

- 크라켄 레이드 업데이트

- 시장 주급 상한 제한적 폐지 (레드젬 투자 점수 따로 계산)

- 국가 권역 버프 상향

- 상회 컨텐츠 추가

- 상회 투자 추가

등으로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하고, 경쟁을 유도하며 벌어들인 돈으로 새로운 개발자, 기획자를 고용하여 새로운 컨텐츠를 빠르게 개발하고 안정화하며, 여러 유저들에게 이벤트로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이 그나마 나은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에서도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데, 사람이 만든 게임 속에서 완벽히 차별을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차별이 없는 삶을 원한다면 사회가 아닌 개인, 싱글 플레이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차별을 한다면 하되, 그것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하여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이 차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파 100을 넘어 동아시아에 가도 게임의 내용이 달라지지 않아 딱히 할 것이 없는 지금, 게임의 지속가능성이 심하게 걱정됩니다.

여러 유저들이 얼마 뒤면 상장폐지된 주식처럼 가치가 떨어질 선박에 몇 만원 씩 쓰며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이 할 게 있고 아직까지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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